서울 중심, 적막을 깨는 재난 발생
서울 입성과 함께 처음으로 자신의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은 이사 첫날부터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참견하는 만수(차승원)과 갈등이 발생한다. 동원은 이사를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촬영하러 사진관에 가도, 대리기사를 불러도 만수와 마주치게 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한편, 건물에 하자가 생겨 집안에서 물건이 기울어지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동원은 회사 직원들을 초대한다. 다음 날 아침, 아내와 아들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다른 집들도 모두 외출해서 빌라에는 사람이 거의 남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그 순간 갑자기 빌라 전체가 땅속으로 꺼져버리는 초대형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
싱크홀에 빠져버리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난으로 인해 만수와 동원은 도망갈 틈도 없이 빌라와 함께 땅속으로 사라져버렸고, 집으로 초대되었던 회사 직원까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빠져버리게 된다. 당황함도 잠시 쏟아져 내려오는 비와 약해진 기반으로 인해 떨어지는 돌덩이들과 토사물이 주인공 일행들 위협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상악화로 인해 구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 된다. 고립된 일행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고 구조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회풍자
극 중에서 동원은 지방에서 올라와 11년 만에 서울에서 자신의 집을 마련했지만, 그마저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에 투자하여 집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극 초반부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만수는 사진관을 운영하지만 그 수입만으로는 자기 아들과 생활이 어려워 헬스장과 대리기사까지 병행해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자기 집을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특히 수도권에서의 생활은 지방보다 훨씬 더 어렵고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동원의 직장동료 또한, 극 중에서 애통한 말을 하며, 씁쓸하고도 우리에게 와닿는 대사를 한다.
한편 구조를 위해 119가 출동하지만 어떤 구조 활동도 펼치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으며, 여기에 집값 하락을 우려해 이웃들의 구조 활동까지 반대하는 이웃 빌라 주민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현실을 거울처럼 돼 비추고 있다. 따라서 구조대와 이웃 주민들에게서 소외된 싱크홀 속의 재난피해자들은 한 마디로 국가 시스템에 버림받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안타까운 현실 반영
집값이 내려갈까 봐 이웃들의 생명을 차갑게 외면해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우며, 극 중에서 등장하는 죽은 아들을 혼자 둘 수 없는 늙은 어머니와 분식집을 운영하느라 바빠 정작 하나뿐인 아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못 해준 인물은 서민들의 피폐해진 일상과 생존이 힘든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싱크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삶의 밑바닥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영화를 마치고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알겠으나, 감정적인 부분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사 중간마다 대한민국에서 집을 사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계속해서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안타까운 사연들만 즐비하고 있다.
그래서 재난영화라는 초점보다는 서민들이 살아감에 있어 현실 고충과 각박한 세상만을 조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스토리를 그려낸 와중에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점은 배우들이 서로 주고받는 연기 속에 만들어진 관계와 코미디가 아닐까 싶다. 배우들의 열연과 급박한 상황 덕분에 몰입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족애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싱크홀'이라는 영화는 재난 전후에도 현실을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들을 희극적으로 그려내서 영화를 관람하면서도 미묘하고 코미디극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재난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영화가 다소 실망감을 전달할 수 있겠지만, 배우 차승원이 보여주는 특유의 코미디 느낌의 영화를 좋아하거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시청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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